자목련 피는 밤

 

그 날 흰나비 꽃을 떠나듯
소리 없이 당신 떠나가신 날
바람도 참 야속하였습니다

미움이 커지면 잊혀질까
흐린 날 비가 내려도
달빛에 안개꽃이 져도
당신 탓만 하였습니다

빈 들판에 바람이 가슴을 드러내거나
별이 지나다니던 풀 섶에
무서리가 내리기라도 하면
행여 당신 생각날까
고개 돌리곤 하였습니다

속절없이 흰 눈만 펑펑 쏟아지는 밤엔
안으로 안으로 문 굳게 닫아걸고
다시 보지 않을 듯 그래 그래 하며
참 다짐도 많이 하였습니다만

오늘 밤 나도 모르게
떨리는 속고름 풀면서
왜 자주색 저고리 곱게 갈아입고 있는지
늦은 봄 밤, 자꾸 입술이 젖습니다




| 벚꽃 지는 날에
| 무슨 일 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