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해

 

뜨는 해 저만큼인데
어둠이 가시지 않는 이유는
낡은 창에 서린 차가운 저속성장의 기온 탓인가
구천을 배회하는 이름없는 가명계좌 때문인가
날마다 낮아지는 담장의 높이는
가난을 사느라 써 버린 시간의 부표
넘길수 없는 저소득의 책장
절대평등의 희망사항으로 누워 있고

발끝이 아려오는 공허한 벌판은
오렌지족이 탄 세단에는 맥을 못추면서
오늘도 해를 따러 나간 아내에게만 유독
어제보다 작아진
빈 바구니만을 들려 보내고 있다

턱 낮은 문지방으로 휑한 바람이 쏟아져들고
짠 내가 배인 버스표 한장이
인상된 가치를 요구하며 격한 항의를 퍼붓는데

아직도 희미한 저 놈의 해는 추녀를 가린 채
발버둥치는 삶에 어둠의 족쇄를 채우고
내 피땀의 무게만큼
사우나에서 골프장에서 내일을 걱정하는
사람들을 위해 빛을 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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