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깜박 의식을 놓쳤다
이렇게 가는 것일까
진작 고운 손이라도 한번 잡아볼 것을
치우쳐 한쪽 세상에만 익숙하던 터
금새 온 몸이 얼어붙고 만다
크고 작음도
넘침도 모자람도 없는
절대평등의 시간
캄캄한 평화에 접수된 시선
저항은 생각지도 못한 채
조금씩 다른 세상에 익숙해져 가는
비굴한 슬픔, 고개 저으면
안개처럼 밀려오는 지난 시간들
사람들 후회들
부질없는 생각에
추녀 밑으로 후둑 후둑 떨어지는
봄비 소리조차 듣지 못하고 있는데
번쩍 섬광이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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