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 지다

 

붉은 물위에 푸른 잎이 떴는지
푸른 물이 붉은 가슴을 안고 있는지
바람도 숨을 멎은 골짜기에
시간마저 주인을 잃고 있다

여름날
빛나는 녹음으로 단장한 그 품속에
홀연히 스며들고파
뜨거운 몸짓으로 문을 두드려도
끝내 열어주지 않던 고고함이
아무리 황금빛이라지만
저렇게 짧은 햇살에
온 몸을 던져 버리다니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을
그렇게 붙잡고 열병에 몸을 적시며
분주한 가지에 매달려 있었단 말인가

떨어져 마음이 더 편한 듯
흥건한 계곡 물 위에서
지나간 꿈이나 꾸고 있는 너
교활한 사랑아
그래 타는 생가슴이 무슨 색이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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