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을 보내며......
| 관리자 | 2005-11-22 오전 10:07:11
얼마전 남양주에 있는 작은 절, 수종사를 다녀왔습니다.
그때의 짧은 단상을 이 아침에 보내드립니다.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 *** ***

수종사


절은 물 위에 있다. 그것도 두 물이 합쳐지는 양수리 잔잔한 강물위에 떠 있다. 각기 멀리서부터 산기슭에 묻은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 오느라 지친 듯 몸이 느리고 말이 없는 탓일까, 마치 가을을 타는 듯 하다.

그 절을 보기위해 운길산을 오른다. 길은 처음부터 절을 도시로 끌어내리려는 듯 널찍하게 닦여있다. 걸어야 오래 산다는 철학을 실천하기위해 힘든 발걸음을 이끌고 애써 산행을 하건만 아직 깊이가 부족한 중생들이 차를 가지고 붕붕거리며 올라가고 있다. 돌아보며 비켜서기도 어려운데 자주 뒤쫓아 오는 그분들이 누굴까 싶어 차안을 들여다보니 거 참 신기하게도 전부 둘만 타고 있다. 그것도 꼭 쌍이 맞다.

세상 일 잊어버리려 오르는데 남의 일에 궁상을 떨 일이 뭔가 싶어 생각을 털고 하늘을 보려 고개를 들었는데 가슴이 콱 막힌다. 세상에는 없는 색, 맑고 투명한 시린 색이 눈을 뚫고 가슴에 와 박힌 것이다. 어쩌랴 잠깐 걸음을 멈추는 수밖에,,,

겨우 수습을 하고 산문 앞에 이르니 누가 가을이라 했나? 연보라 빛 작설나무 열매들이 양손을 흔들고 절집 오르는 계단 옆으로는 연두색 새순들이 마치 새봄을 맞이하는 눈이 부시다. 부처님의 작품인 듯 하다.

대웅전 마당엔 언제나처럼 속세의 기원이 가득하고 기왓장 무게만큼이나 무거운 독경소리 추녀 끝에 매달려 바람을 탄다. 그 바람을 따라 고개를 돌려보면 바로 그 자리에 두 물이 있다. 남한강, 북한강이 천리를 돌아와 양수리 그 너른 품에서 몸을 섞고 있는 것이다. 장엄하다. 사랑도 저 정도로 크면 세상이 숨을 죽이는 가 보다.

마침내 두 물이 합쳐져서 이 나라의 젖줄로 백성들의 삶속으로 흘러 들어가면 은은한 수종사의 동종 소리가 세 갈래 물길을 따라 온 세상으로 퍼져 나간다. 아름답다.

그때쯤 뒷마당의 은행나무가 몸을 흔든다. 온통 노란 세상이다. 산도 강도 하늘도 땅도 모두가 노랗다. 함께 온 듯 서넛이서 탄성을 질러대는 여자 아이들의 가슴 속까지 노랗다. 실수로 세상을 잠깐 노랑색 물감 속에 빠뜨린듯하다. 은행나무는 오백년을 저렇듯 황홀한 가을을 보냈을 게 아닌가? 그런데 나는 이제사 처음 보는 이 황홀경에 어찌 말 한마디 못하는가?

수종사가 저물고 있다. 내려가는 길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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