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는,
젖은 하늘도 싫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거추장스럽기만 한 우산도 일부러 들고 나와 활짝 펴보고도 싶고 건너편 찻길에서 물벼락이 날아와도 즐거운 소동이 될 때가 있습니다.
사무실 현관에 들어서 우산을 접고 신발을 털다보면 양말 속까지 축축한 물기에 짜증날 법도 한데 오늘따라 자판기의 커피향이 더욱 구수하기만한 날이 있습니다.
유리창 가득 주룩주룩 흘러내리는 빗줄기가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아도 갓 구운 비스켓이 습습해 보여도 참 기분 좋은 날이 있습니다. 바라만 보아도 숨이 멎을 듯 손끝만 닿아도 가슴이 터질 듯한 그이를 만나는 날 오늘은 하늘이 젖어도 너무 좋습니다.
---------------------- 장마, 날마다 하늘이 젖습니다. 여러분 모두 즐거운 약속 만드시고 잠시 황홀한 사랑에 빠져 보십시오.
시가 있는 간이역 김승동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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